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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마무리 검객' 최인정, 9년 만에 떨친 눈물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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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정(31·계룡시청)은 펜싱을 "삶"이라고 표현했다. 이유가 있다. "수 싸움에서 이기면 기쁘고, 상대의 수에 당하면 화가 나고, 그러다 지면 슬프고, 그래도 이기면 즐겁다. 나는 펜싱을 하면서 그 안에서 희로애락을 모두 느낀다"는 것이다.
 


펜싱 여자 에페 단체전 준결승에서 중국을 꺾은 뒤 기뻐하고 있는 마지막 주자 최인정(정면)과 동료 선수들 [지바=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처음부터 펜싱에 운명을 느낀 건 아니다. '어쩌다 보니' 펜싱 선수가 됐다. 충남 금산군 금성면 마수리에서 태어나 금산여중에 진학했다. 때마침 학교에 펜싱부가 있었다. 선수가 되기로 마음먹고 세부 종목을 고르려 하니, "우리 학교엔 에페 선수밖에 없다"고 했다. 선택의 여지 없이 에페 검을 쥐었다.


목적의식이 생긴 건 고교 시절부터다. 금산여고 펜싱부는 선수가 4명밖에 없는 '초미니 팀'이었다. 전국대회에 나가려면 다른 학교와 연합해야 했을 정도다. 그런 금산여고가 2007년 전국 종별 펜싱선수권에서 여자 고등부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했다. 개인전 우승자도, 단체전 우승의 일등공신도 모두 2학년 최인정이었다. 미래의 여자 에페 에이스는 그때 태동했다.

국가대표의 꿈도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최인정은 열아홉이던 2010년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듬해 아시아펜싱선수권에서 여자 에페 개인전 금메달을 땄다. 1년 뒤인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단체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자 에페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었다.

그 후 9년이 흘렀다. 최인정은 지난 27일 도쿄올림픽 여자 에페 단체전에서 두 번째 은메달을 수확했다. 런던에선 언니들을 따르는 막내였지만, 도쿄에선 세계랭킹 2위에 빛나는 대표팀 에이스로 피스트에 올랐다. 런던의 전우 강영미(36·광주서구청)와 후배 송세라(28·부산시청), 이혜인(26·강원도청)이 그 환희를 함께했다.

그 사이 대한민국은 최인정의 눈물을 여러 번 봤다. 그는 유독 단체전 경기가 끝난 뒤 많이 울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선 결승에서 중국에 19-43으로 대패한 게 분해서 울었다. 2016년 리우올림픽 때는 8강에서 에스토니아에 1점 차로 져서 또 울었다. 하필 마지막 주자 최인정이 역전 결승점을 내줘서 더 그랬다. 무거운 짐을 감당해야 했던 막내는 패배가 확정된 후 "내가 다 망쳤다"며 자책하는 눈물을 쏟았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전이 끝난 뒤에도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중국과 연장전에서 다시 최인정이 마지막 실점을 했다. 석연찮은 판정까지 나왔다. 연장전 시작 후 최인정이 먼저 득점을 올렸는데, 심판이 비디오판독 끝에 판정을 번복했다. "상대를 찌르기 전 최인정의 무릎이 바닥에 닿았다"며 득점을 무효로 했다.

경기는 동점 상태로 재개됐다. 심리적으로 동요한 최인정은 결국 중국의 마지막 공격을 막지 못했다. 최인정은 경기 후 "분명히 먼저 찌르고 나서 무릎이 닿았다고 생각했다. 심판이 아니라고 해도 버텼어야 했다"며 펑펑 울었다.
 


도쿄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단체전에서 함께 은메달을 딴 뒤 메달을 들어보이며 웃고 있는 최인정, 강영미, 이혜인, 송세라(왼쪽부터) [지바=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그로부터 3년 뒤, 최인정은 도쿄올림픽 단체전 준결승에서 또 중국을 만났다. 유독 깊은 한을 남긴 상대를 중요한 길목에서 다시 맞닥뜨렸다. 그럼에도 그는 침착하고 의연했다. 6라운드에선 중국 선수의 전선이 허리 부근에 엉킨 걸 발견하자 경기를 중단하고 직접 정리해주는 여유도 보였다. 한국은 경기의 대미를 장식한 최인정의 활약을 앞세워 중국을 꺾고 결승에 올랐다.

세 번째 올림픽에서 맞이한 두 번째 결승전. 최인정은 이번에도 한국의 '마무리 검객'으로 나섰다. 그리고 리우올림픽 8강 상대였던 에스토니아에게 금메달 포인트를 내줬다. 그는 경기 후 "큰 대회에서 마지막 주자를 많이 맡았는데, 계속 은메달만 따서 아무래도 신경이 쓰였다. 심적으로 많이 힘들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더는 "금메달을 못 따서 죄송하다"며 울지 않았다. 대신 "영미 언니와 동생들이 너무 잘 뛰어줘서 결승까지 올랐다. 올림픽 메달을 가져갈 수 있게 돼 만족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역사는 반복됐을지 몰라도, 에이스의 어깨는 이전보다 많이 가볍다. 그에게 올림픽은 "내가 펜싱을 하는 이유를 보여주고, 증명하고, 느낄 수 있는 무대"일 뿐이다. 동료들과 함께 보여주고, 증명하고, 느꼈으니 더는 울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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